생각의 편린들

영화 '택시운전사' 천 만 관객 돌파의 의미

새 날 2017. 8. 21. 12:35
반응형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으는 가운데 다큐 영화 '공범자들'이 지난 17일 개봉됐다.  ‘공범자들’은 지난 9년간 KBS, MBC, YTN 등 공영방송이 누군가에 의해, 아울러 특별한 방식을 통해 어떻게 망가져왔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즉, 이 영화는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방송 장악 음모 사태를 그리고 있으며, 이들이 KBS와 YTN을 장악한 뒤 ‘광우병 문제’를 파헤쳤던 ‘PD수첩’을 빌미로 MBC마저 완전히 재갈을 물리는데 성공하는 전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때마침 MBC는 더 이상 공영방송에 대한 말살을 지켜볼 수 없으며, 이번 기회에 바로 잡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용서받을 길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 듯, 제작 거부와 함께 총파업을 향한 조합원 투표 진행을 앞두고 있다. 기레기로 대변되는 언론과 언론인들의 추락은 부패한 권력이 마음껏 활개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왔으며, 자양분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이들이 사회적 책무를 방임하면서 우리 사회는 상식을 벗어나고 비정상적인 현상들이 마치 정상이기라도 한 양 둔갑되어 혼란을 부추겨왔다. 


ⓒ경향신문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는 부정하고 부패한 권력이 주연을, 그 배후에서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 국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바빴던 언론이 조연을 자청하면서 벌어진, 이전 정권 9년 간의 행적이 함축된 결정체다. 언론을 탄압하고 그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던 건 지난 1980년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이에 항의하는 무고한 광주 시민들을 총칼로 잔인하게 위해를 가한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언론을 통제, 진실 왜곡에 앞장섰던 전두환 정권의 그것과 진행 방식이 직접적이냐 교묘하냐의 차이일 뿐 결국은 같은 맥락으로 다가온다.


이와 같은 사실을 푸른 눈의 이방인과 택시 운전사라는 제3자의 시선으로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담담히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 19일만에 마침내 천 만 관객을 달성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택시운전사'는 18일부터 20일까지 주말 3일간 94만9864명을 끌어모으면서 누적관객수 1035만3464명을 달성한 것이다.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가해자인 전두환이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또 다시 이의 왜곡을 시도하고 나섰고, 영화 '택시운전사'를 향해서는 폭동을 미화한 잘못된 영화라는 발언을 서슴지않고 있는 상황에서 천 만 관객의 달성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실존했던 인물인 택시운전사 만섭과 독일 기자 피터는 광주에서 계엄군에 의해 시민들이 위험에 빠진 상황 속에서 광주로 향하는 진출입로마저 모두 차단되었다는 급박한 소식을 접한 뒤 서울에서 택시를 이용,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던 광주에 어렵사리 잠입하여 무고한 광주시민들이 계엄군에 의해 잔인하게 진압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들 또한 시민들과 함께 계엄군을 향해 저항에 나서면서 모진 고초를 겪게 된다. 



하지만 당시 우리 언론은 서슬 퍼렇던 권력의 위압에 짓눌려 올곧은 사실을 전달하지 못했고, 사전 검열과 삼엄한 통제를 빌미로 그릇된 정보만을 전달하고 있었다. 적어도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의 책무를 제대로 이행했더라면 무고한 광주시민들이 백주대낮에 대로 한복판에서 계엄군에 의해 잔인하게 진압되고 이들을 향해 빨갱이라고 하거나 폭도라 지칭하며 명예마저 더럽히는 끔찍한 결과는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테다.


피터와 만섭을 통해 제3자의 시선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목도하고 이를 직접 경험했듯, 우리 역시 지난 9년 동안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이 어떻게 장악되고 유린되어왔는가를 생생하게 목격해왔다. 다만, 광주민주화운동은 전두환 군사정권에 의해 언론이 철저하게 통제된 채 고립된 광주 시민들의 외로운 싸움이 폭동으로 둔갑되어 보도됐듯이 마찬가지로 이명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방송과 언론에 재갈이 물리는 바람에 우리는 올곧은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받을 수 없었다.


MBC의 제작 거부 및 파업 움직임은 그동안 권력과 그 부역자들에 의해 유린돼온 언론을 정상화시키려는 움직임의 첫 발자욱이다. 때마침 영화 '공범자들'이 개봉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래 적폐 청산의 닻은 올랐다.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의롭고 외로운 싸움이 일각의 주장처럼 폭동이 결코 아님을 영화 '택시운전사'는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천 만에 이르는 관객이 이를 관람하며 호응했다. 이는 결국 권력에 의해 장악, 사회적 공기로서의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임해온 방송과 언론을 향한, 공정한 방송과 언론의 공공성 회복을 바라는 대중들의 준엄한 꾸짖음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