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새 날 2017. 5. 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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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우리는 뒷풀이를 위해 으레 가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촌 먹자골목이었다. 골목 안쪽엔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들이 즐비하여 무엇을 먹어야 할까 하는 고민을 조금은 덜어주었다. 그냥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철퍼덕 자리에 앉으면 거기가 곧 우리의 아지트였다. 


아마도 지난 4월로 기억된다. 대선으로 이어지는 5월 황금연휴 때 봉하마을에 가자는 제안이 한 친구 녀석으로부터 나왔다. 물론 이러한 제안은 우리의 술자리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술자리에서의 의기투합은 대부분 허튼소리로 끝나기 마련이다. 난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녀석이 이번만큼은 확실히해보자며 일찌감치 기차표를 예약해버렸다. 우린 그렇게 자의반 타의반 봉하마을로 향하게 됐다. 이번 방문은 5년만이며, 횟수로는 세번째다. 



도착하자마자 묘역부터 찾았다. 우린 각자의 방식대로 예를 표했다. 아울러 대선 승리도 기원했다.



빗방울이 후두둑하며 곧 떨어질 듯한 기세다. 묘역은 5년 전과 비교하여 크게 달라진 건 없었던 듯싶다. 끼니를 해결해야 할 것 같아 주변 식당을 물색했다. 야외에서 편히 먹을 수 있는 장소를 택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묘역 쪽을 바라보니 부엉이바위가 저 앞에 펼쳐져 있었다.



봉하마을까지 왔는데 봉하막걸리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맛이 5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텁텁하던 막걸리 고유의 맛은 사라지고 많이 달달해졌다. 덕분에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첫 잔은 후딱 비웠다. 갈증 탓이다. 한 병을 더 주문해본다. 봉하마을에 앉아 봉하막걸리를 마시는 감회는 이를 몸소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러한 성질의 것이리라.



몇잔 안 마셨지만 금세 취기가 오른다. 제아무리 맛있다 해도 술은 술이니, 어쩔 수 있겠는가. 봉화산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빗방울이 곧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느새 부엉이바위를 거쳐 정토원에 도착했다. 



정토원을 지나 조금만 더 오르면 사자바위를 만나게 된다.



사자바위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과 사저 그리고 생가 등 봉하마을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명당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곳이다. 



숙소였던 부산에는 밤새 꽤 많은 비가 내렸다. 자갈치시장에서 회포를 풀고 비가 내리는 와중에 국제시장 등을 걸으며 방황하다가 숙소로 향했다. 잠자리는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이었으나 녀석들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말았다. 특히 한 녀석은 수면 중 무호흡 증세를 보여 내심 마음을 졸이기까지 했다. 어쨌거나 해는 또 다시 떴다.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말끔히 갠 아침이다. 상쾌했다. 인근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간단히 해결했다. 전날엔 밤 늦은 시각인 데다가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숙소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정확히 헤아리지를 못했으나 아침에 확인해 보니 부산 도심에 위치한 용두산공원 턱밑이었다. 



용두산공원에서는 부산항이 내려다보인다. 지척인 듯싶다.



공원을 방문한 어느 노부부께 전철역 방향을 여쭈었는데, 공교롭게도 서울 분들이었다. 친절하신 이분들 덕분에 쉽게 전철역을 찾을 수 있었다.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대기가 그야말로 인터스텔라급이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하늘색은 잿빛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재앙이었다.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친구들은 각기 원래의 위치로 뿔뿔이 흩어졌고, 다음을 기약한 우리의 의기투합은 이렇게 조용히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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